두 번째 시행착오 - 백화점 포트폴리오
처음 미국 주식을 투자해 본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할 것이다. 미국시장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존하는 글로벌 독과점 기업들이 많기에 그만큼 소유하고 싶은 기업(주식)도 많다는 점을 말이다. 처음에 무슨 종목으로 시작하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유 종목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특히, 피터린치의 책을 접하고, 거기서 일상생활에서 주식을 찾는다는 비교적 간편하고 쉬운 방법을 받아들이는 순간 보유종목 수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넷플릭스, 디즈니, 나이키, 비자, 마스터, 존슨앤존슨, 화이자, 코카콜라, 펩시코, 스타벅스 등 각 산업 분야를 대표하고,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매우 많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이러한 기업들의 소유권을 갖고 싶은 것은 너무 당연하고, 그러한 종목들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세상승장까지 맞이하면 해당 기업에 대한 맹목적 신념까지 생기게 된다. 현재는 몰락한 테슬람처럼 말이다.
나 역시 미국 주식투자 초창기에는 애플을 시작으로 점차 종목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거의 25~30종목까지 보유하게 되었다.(첨단기술, 헬스케어, 통신, 산업재, 식음료, 부동산 등)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였고, 신중히 분할매수하였다. 내가 매수한 기업들은 모두 돈을 잘 벌고 있었고, 브랜드 가치도 뛰어났으며,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주식이었기에 적절히 분산투자 하였다는 잘못된 뿌듯함도 있었다. 그리고 해당 주식들을 절대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스스로를 장기투자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결심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장에서 내가 믿었던 기업들이 무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굳은 결심은 너무도 쉽게 흔들리고 말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명료해진 것은 주식과 시장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내 공부 방법이 맞는지도 의문이었으며, 내가 선택한 기업들에 대한 의심과 불신까지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장지수와 달리 개별 기업은 하락장 이후 상승장이 오더라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들도 말이다)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 동일한 시장에 참여하고 그들과 경쟁하면서, 고작 몇 권의 책, 기업 재무재표, 관련 기사좀 봤다고 자신감 넘쳤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했다.
결국, 나의 백화점 포트폴리오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신중하게 선별하였음에도 시장수익율(SPY)과 비슷하거나 하회하였고(시장수익율을 지속적으로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하락장에서 도대체 어느 종목부터 추가 매수을 해야하는 것인지 포트폴리오 관리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화면 한 가득 파란색 숫자를 볼 때면, 아침부터 멘탈이 박살나는 심정이었다. 차라리 SPY 한 종목만 보유하였다면, 파란색 글자도 하나만 보면 되고 하락장에 무지성 추가 매수를 하면 되는데, 백화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평범한 월급쟁이는 그러한 상황이 너무도 막막했다.
결국, 나는 또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리벨런싱을 진행하게 되었고, 중요한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시장수익율을 능가하기 어렵다는 사실, 영원히 잘 나가는 기업은 없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ETF,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종목 분석이나 공부할 시간에 본업에 집중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 훨씬 낫다) 그렇게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나의 보유 종목은 단순해지면서 우량 투자 종목은 확대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하락장 추가 매수도 간편해진다. 말로만 강조하던 장기투자도 쉬워진다. 그제서야 워런버핏이 무슨 이유로 일반 사람들에게 인덱스펀드를 추천하였는지, 그의 말이 사실은 어느 누구의 조언이나 추천보다도 위대하고 강력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개별 종목 매수는 대단히 신중해야 하고, 본인이 해당 기업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주식투자에 있어서 올바른 공부방법, 정답은 없다는 점을 말이다. 세계 최고 전문가들도 올바른 정답에 도달하여 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에 불과하고, 애초에 그런 방법이 존재하였다면 이미 세계 부자 순위는 달라졌을 것이다. 시장지수만 추종해도 별다른 노력없이 상위 10% 투자자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투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산배분 투자에 대한 생각 (올웨더, 영구, 사계절, 6:4 포르폴리오 등) (0) | 2023.03.04 |
---|---|
커버드콜 ETF에 관하여 (JEPI, QYLD, XYLD, BST, DIVO 등) (0) | 2023.02.19 |
평범한 40대 가장의 미국 주식 투자기 Ⅰ(feat. 미국 주식 입문) (1) | 2022.11.13 |
내가 건물주보다 미국 배당주主를 선호하는 이유 (feat. 건물주vs배당주) (0) | 2022.10.23 |
연금저축 포트폴리오 (feat. 연금저축에 투자하는 이유) (0) | 2022.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