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사공탁이란 무엇인가
형사공탁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합의금, 손해배상,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소정의 금원을 법원에 임치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피해자가 금전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 피해자에게 금전을 지급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으로,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임치하면 법원은 피공탁자인 피해자에게 공탁사실을 통지하는 방법으로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형사사건에서 공탁은 피고인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피고인이 범행(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피해금의 전액 또는 그 일부를 공탁하는 방법으로 형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금원을 공탁하면 구속 피고인도 집행유예로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피해자가 법원에서 공탁금을 수령하는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자의 수령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은 공탁 사실 자체만으로 감경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경제범죄, 성범죄 등 대다수의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처벌불원은 특별양형인자, 공탁은 일반양형인자로 고려되어 감경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2. 기존 형사공탁 제도의 한계
그런데, 기존 형사공탁 제도에는 공탁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아는 경우에만 공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피해변제를 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피고인이 공탁을 위하여 법원에 피해자 인적사항에 대한 열람을 신청하면 성범죄 등 몇몇 범죄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허가를 해주어 공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공탁도 피해자의 동의를 요하게 되어 형사공탁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여 공탁을 하는 것인데, 그 마저도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에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면이 있었다.
3. 공탁법 개정에 따른 형사공탁 특례 시행
그러나, 최근 공탁법이 개정되어 2022. 12. 9.경부터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 2」 및 「대법원 행정예규 제1321호 ‘형사공탁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이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알지 못하더라도 공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피해자 인적사항 공개가 법으로 금지된 성범죄 사건까지 공탁이 가능해졌다. 드디어 형사공탁 본래의 취지에 맞게 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정된 형사공탁은 이른바 ‘사건번호 공탁’이라고 불리는데, 공탁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요하지 아니하고, 형사사건 번호만 기재하면 되므로 공탁절차도 간결해졌다.
사실 사건번호 공탁 시행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2016년경부터 논의되어 왔다. 당시 대법원에서 ‘사건번호 형사공탁’이 가능하도록 형사공탁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는데, 절차, 입법적인 문제 등으로 지연되다가 2020. 12. 8. 법이 개정되어 2022. 12. 9.부터 시행된 것이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시행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악의적인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흥정을 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여 피고인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데 된 것이다.
4. 형사공탁 절차 및 형사공탁서 작성요령
가. 형사공탁이 가능한 사건과 시기
개정된 형사공탁(사건번호 공탁)은 공판(재판) 진행 중인 법원 사건에 한정된다. 공탁법 제5조의 2는 형사사건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만 할 수 있는 것이다.(참고로, 수사단계에서는 피의자, 법원에서 재판 진행 중인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칭한다) 따라서,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신분으로 공탁을 하려면 변제공탁 등 기존 공탁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법원 재판 진행 중에는 공탁의 시기에 제한이 없다. 판결 선고기일 전까지 공탁하여 이를 참고자료, 정상자료 등의 형태로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다만, 담당 재판부에서 공탁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선고기일 최소 3일 전까지는 공탁서를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선고기일에 너무 임박하여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재판부에서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만일, 선고기일에 너무 임박하여 공탁을 하게 될 경우에는 공탁을 사유로 선고기일을 연기신청을 하면 된다.
나. 형사공탁 절차
과거에는 형사사건 공탁을 하려면 열람‧복사 신청 후,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받아 동사무소에 방문하여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지만, 공탁법 개정으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형사공탁이 가능해졌다. 공탁금이 준비되었다면, 공탁원인 서면 등을 첨부하여 공탁서만 제출하면 된다. 사건번호로 공탁하는 것이므로, 피공탁자(피해자)에게 발송하는 공탁통지서 등의 작성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주의할 점은,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사정을 전제로 하기에 그와 관련한 입증자료(공탁원인서면)를 첨부하여야 한다. 성범죄의 경우, 법에서 피해자 인적사항 공개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에 별도의 첨부자료를 요하지 않으나, 그 외 범행은 우선 법원에 피해자 인적사항에 대한 열람 신청서를 제출한 다음 법원으로부터 불허된 서류를 교부받아 이를 첨부하여야 한다. 만일,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열람‧복사에 대한 허가가 난다면 기존의 방법으로 공탁하면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탁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다. 형사공탁서 작성요령
① 공탁자
- 공탁자에는 피고인에 대한 인적사항을 기재하면 된다. 공탁 제도는 피공탁자(피해자)를 위한 제도이므로, 공탁자의 주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더라도 수감되기 이전의 주거지를 기재해도 무방하다. 대리인이 공탁하는 경우에도 공탁자는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대리인 란에 대리인의 정보를 기재 후 서명날인하면 된다.
② 피공탁자
- 피공탁자의 성명은 공소장·조서·진술서·판결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성명(성, 가명 포함)을 그대로 기재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공탁자의 실명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장·조서·진술서·판결서에 기재된 이름을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동일 사건에 피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반드시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의 성명(성, 가명 포함)을 그대로 기재하면 된다.
- 피공탁자 성명 작성 예시 - 공소장, 조서 진술서, 판결서에 “홍길동” 이 기재된 경우 “홍길동”을, “홍○동”이 기재된 경우 “홍○동”을, “홍길동(가명)”이 기재된 경우에 “홍길동(가명)”을 그대로 기재하면 된다. |
- 법원사건 번호란에는 현재 공판 계속 중인 법원명과 사건번호를 기재하면 되고, 검찰 사건번호(형제 번호)를 모르는 경우에는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③ 공탁원인사실
- 공탁원인사실에는 다음 2가지 내용이 반드시 기재되어야 한다.
→ 피해발생시점, 피해장소, 채무의 성질을 특정하는 내용을 기재하여 한다. 이는 공소장 내용을 1~2줄로 간결하게 요약하면 된다.
→ 피공탁자(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이는 성범죄와 그 밖의 범죄에 따라 기재방법이 달라진다.
- 공탁원인 사실 작성 예시 - (성범죄) 공탁자는 20○○. ○. ○○.경 ○○○○○○○ 소재 피해자 ○○○의 주거지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과 관련하여 ○○○에게 손해배상금 및 형사위로금을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고 있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으므로 이를 공탁함 (그 밖의 범죄) - 불허된 열람복사 신청서를 첨부하여야 함 공탁자는 20○○. ○. ○○.경 ○○○○○○○ 소재에서 피해자 ○○○을 폭행한 사실과 관련하여 ○○○에게 손해배상금 및 형사위로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수사기록 중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열람·복사 불허가 사유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으므로 이를 공탁함 |
④ 비고(첨부서류 등)
공통 첨부서류 : 공소장 사본, 대법원 나의사건 검색
성범죄가 아닌 사건의 경우 : 법원에 제출하여 불허된 열람복사 신청서
대리인 신청의 경우 : 위임장
4. 마치며
이상에서 형사공탁 제도와 형사공탁서 작성요령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최근에는 전자소송 등 국가에서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 향상 등으로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는 거의 대부분 민사소송에 국한된다. 형사소송은 아직까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 VS 일반인' 구조인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소송은 '일반인 VS 사법부 및 수사기관'이기 때문이다. 대등한 입장이 아닌 경찰,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법원에서 검사와 공방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기본적인 지식은 알아야만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더라도 기본적인 지식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천지차이다. 변호사가 모든 것을 내 일처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가 알고 요구해야 한다. 알지 못하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형사공탁 제도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 차선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혹시라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교도소에 수감되는 끔찍한 일만큼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로 공탁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여 공탁을 못하는 일은 없으니 개정된 형사공탁 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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